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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은 잔치다 - 세 식구의 좌충우돌 김장 담기

김치 블로그/엔조이 김치   -  2007/11/29 10:57

때가 때다 보니 김장이 한창입니다. 채소 값이 비싸다고 해도, 나름대로 슬기로운 모습으로 김장을 담그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와중에 김장 김치를 담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풀어주는 좋은 소식도 들리고, 비싼 채소를 싸게 판다면서 상술에 이용한다는 씁쓸한 소식도 들립니다. 그러나 부디, 일 년 양식의 절반인 김장이 아무쪼록 잘 끝나기를 소망합니다.

대부분의 젊은 가정, 맞벌이 가정이 그러하듯이 사실 저희도 직접 김치를 담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본가에서, 처가에서 김치나 밑반찬을 부족함 없이 가져다 먹었기 때문에 김치를 직접 담그거나, 사야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김치나 밑반찬을 제공해 주는 어른들이 안 계셨다면, 밑반찬은 해먹는다 쳐도 김치는 아마 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직장에서 치이고, 퇴근 후에는 집안 일 돌봐야 하는 맞벌이 주부들에게 김치를 담그라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는 일일 겁니다. 시간을 내서 같이 할 수도 있겠지만 쉬고 싶은 주말에 김치를 담자고 말하는 건 아마 저에게 있어서도 대단한 모험일 겁니다. 지금 이 상태로라면 저희도 언젠가부터는 김치를 사 먹게 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얻어 먹던, 사 먹던, 지금은 김장철 아닙니까. 그런데 문득 딸 아이에게 김장이라는 걸 가르쳐줘야 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번 김치를 담가 먹을 수는 없어도 김장철에 한 번 우리끼리 해 볼 수는 있는 거니까요. 우리 김장 한 번 해 볼까. 딸 아이는 당장 신난다고 박수를 칩니다. 아내는 조만간 시댁이나 친정에서 하면 얻어 먹을 걸 뭐러 일을 벌리나 그런 표정이었습니다만, 박수치며 좋아하는 딸 아이의 소망을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고.

그러나 막상 김장을 하겠다고 해서, 직접 배추부터 절일 용기는 도저히 없었습니다. 배추는 절여 파는 것들이 많으니 그걸 사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배추만 절여 파는 것이 아니라 양념을 팔기도 하더군요. 처음에는 배추만 절인 걸 사고 양념은 만들 생각이었는데 또 양념 파는 걸 보니까, 그냥 배추랑 양념이랑 다 사서 김장 흉내를 내보자, 그렇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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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김치를 사먹지 이게 무슨 김장이냐고요? 뭐, 김장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놀이로, 잔치로, 그리고 문화 유산을 배우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꼭 그리 어렵게 생각할 일은 아닐 겁니다. 게다가 양념이 오긴 왔는데, 정말 잘 다져서 왔더군요. 그냥 넣기에는 좀 심심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장모님의 조언을 얻어 무채를 좀 썰어 넣고, 마트에서 사온 생새우도 넣고, 그렇게 추가로 양념을 더 했습니다.

배추도 도착했고, 양념도 준비됐습니다. 세 가족 모두 들뜬 기분으로 바닥에 신문을 깐다, 쟁반과 김치통을 챙긴다, 나름대로 분주하게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김장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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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추를 버무리기도 전에 아내는 노란 배추 속을 따내더니 양념에 싸서 먼저 입에 넣습니다. 음~ 맛있다. 딸 아이도 자기도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둘이서 아옹다옹 그렇게 노란 배추 속 몇 개로 먼저 입 막음부터 합니다. 물론 저도 한 입 얻어 먹었죠. 바로 이 맛 때문에 김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고소하고 노란 배추와 매콤한 양념의 절묘한 어우러짐. 정말 두 말할 것 없는, 아니 말이 필요없는 환상의 앙상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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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김치를 안 담가 봤다고 하지만, 그래도 매번 김장철에 따라 배운 게 있어서 그런지 아내는 제법 배추를 버무리기 시작합니다. 딸 아이도 엄마를 따라 배추 잎을 한장씩 들추면서 양념을 바르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처음 하는 일이니 제대로 무쳐지겠습니까마는 한 귀로는 잔소리를 듣고 또 한 귀로 흘리면서 딸 아이는 나름대로 열심히 배추를 무칩니다. 적당히 무친 배추를 잘 싸서 통에 넣기. 그런데 여기서 초보자는 표가 나더군요. 아내 왈, 어머니들이 예쁘게 싸는 것처럼 잘 안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싸면 김치가 맛이 없을 텐데, 그렇게 궁시렁 거리면서도 배추를 잘 에둘러 싸서 김치 통에 넣습니다. 통에 넣을 때는 뒤집어서 넣는 게 아니라는 군요. 가만 보면 김장이라는 게 참 알아야 할 것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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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식구가 부지런히 배추를 무치는 동안 아빠는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돼지고기 목살을 삶는 것. 김장 후에 맛 볼 보쌈을 만드는 것이 아빠의 숙제입니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돼지고기 목살 한 근을 사서 미리 찬물에 담가 피를 뺀 후에 남비에 넣고 삶았습니다. 그냥 삶으면 안된다고 해서 집에 있는 무 한 쪽, 마늘 몇 개, 양파 반 개, 고추 두 개 등등을 넣고 삶았습니다. 아 참 커피 가루도 한 숟가락 넣었고, 끓기 시작할 때 된장도 넣었습니다. 한 숟가락만 넣으면 될 걸 괜히 허전해서 한 숟가락 더 넣었더니 끓는 내내 된장찌개 냄새가 집안에 진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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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임배추 10kg을 다 무칠 동안 돼지고기는 보글 보글 잘 삶아지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분들이라면 금새 무쳤을 용량이지만 - 배추 일곱포기 반 들었더군요 - 직접 김장 초보 엄마와 직접 무치기 초보 딸 아이로서는 속도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그럭 저럭 다 무쳤고 예쁘게 김치 통 안에 앉혔습니다. 그럭 저럭 한 시간 정도가 지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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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삶은 돼지고기를 꺼낼 차례입니다. 젓가락으로 찔러 보니 쑤욱 잘 들어 가길래 이 정도면 되었겠다 싶어서 꺼냈습니다. 손을 찬물에 적셔 가며 뜨거운 돼지 고기를 썰어 봤더니 아직 속이 약간 빨간게 조금 더 익혀야 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다시 풍덩. 그 동안 김장 뒷 마무리를 하고 먹기 좋게 배추와 양념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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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조금 더 삶아야 되더군요. 물론 고기의 크기와 삶는 방법 등등의 차이가 좀 있긴 하겠지요? 여튼 그렇게 해서 썰어낸 고기가 바로 이겁니다. 뜨거운 거 손 적셔 가며 써느라 모양은 영 아닙니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저도 고기를 이렇게 삶고 썰어본 건 태어나서 처음 한 거거든요.

다른 건 다 놔두고, 맛은 어땠냐구요. 김장을 가르쳐주자는 단순한 의미에서, 어찌 보면 재미로 시도한 김장이었지만, 맛은 끝내줬습니다. 같이 노력해서 움직이고 난 후 먹는 보쌈과 김치니 그 맛이 오죽했겠어요. 그렇게 하루, 김장도 배우고, 놀기도 하고, 맛나게 먹기도 했습니다. 저걸 싸서 먹는 그 과정을 사진으로 찍었어야 했는데, 먹기에 바쁘고, 손에 이것 저것 묻어 있고 하다 보니 결국, 카메라 잡을 기회를 놓쳤습니다. >.<

이번 주가 지나면 본가에서 어머니가 김장을 하십니다. 아마 온 가족이 총 출동해서 김장 일을 돕겠지요. 미리 연습을 했으니 가면 또 나름대로 내공을 발휘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 땐 아무래도 온 가족이 다 모일테니, 더 큰 잔치가 되겠지요.

우리네 김장, 참 행복한 가족들만의 잔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장 담는 모든 가정에 행복한 웃음이 넘치기를 바래봅니다.

2007/11/29 10:57 2007/11/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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